이런시( 詩)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짝이없는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편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역사: 건축 또는 토목 따위의 공사

목도: 짐을 나르는 인부

 

이상이 갑자기 떠나버린 금홍을 역사를 하다 나온 돌에 비유해 지은 시 같다.

 

1행-3행: 건축가인 이상이 일을 하다가 목도들이 파낸 돌을 하나 발견함

4행-11행: 돌을 보면서 무언가(금홍)가 생각나는 이상, 목도들이 버린 곳에 돌을 보러감.

12행-19행: 큰 길가에 놓아둔 돌에 대해 이튿날동안 생각하는 이상, 하지만 지금에와서는 돌이 사라짐

20행: 금홍을 돌에 빗대어 자기의 마음을 표현한 이상

21행: 금홍에 대한 이상의 마음

22행: 주변 길가의 돌들(사람들) 또는 스스로에게 이미 끝난 일에 대해 미련을 남기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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